▲강세황, <우금암도禹金巖圖>, 지본수묵, 25.4×267.34㎝,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소장/자료출처:국립중앙박물관(표암 강세황 특별전)

"바위 밑에는 굴이 있는데
크기가 백 칸 집 같았고'
[부안역사문화기행] 표암 강세황의 ‘우금암도(禹金巖圖)’

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조선후기 대표 화가 표암(豹菴) 강세황(姜世晃, 1713~1791)의 탄신 300주년을 기념하여 “표암 강세황-시대를 앞서 간 예술혼” 특별전(전시기간 : 2013. 6. 25 ~ 8. 25)이 열렸다. 『표암유고』 등 집안에 대대로 전해오는 유물들과《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》등 산수화, 초상화, 사군자화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망라하였으며, 그가 글을 남긴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선별하여 총 103점의 유물이 선보였다. 이 가운데는 강세황이 변산을 돌아보고 남긴 <우금암도禹金巖圖>도 선보여 부안사람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전시회였다.  

강세황은 그의 아들 강흔(姜?, 봉정대부奉正大夫, 정4품,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행한 『표암 강세황』 도록에는 ‘흔’을 ‘완’으로 표기하고 있다.)이 부안현감으로 있을 때 직접 변산을 돌아보고 그의 표암유고(豹菴遺稿)에 유우금암기(遊禹金巖記)와 유격포기(遊格浦記)를 남겼다. 그 시기라면 강세황이 영조(英祖)의 당부로 절필을 선언했던 기간이어서, 그렇잖아도 절필기간이 아니었더라면 변산의 실경산수 한 폭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?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, 우금암도는 절필 기간 중에 그려진 작품이면서, 금강산처럼 즐겨 그리던 지역이 아닌 전라북도 부안 일대를 유람하며 남긴 유일한 실경산수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.

▲강세황의 우금암도(禹金巖圖) 중 우금암 부분, 굴실 안의 암자는 그 무렵까지 존재했던 옥천암(玉泉庵)이다.

<우금암도>는 이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는 일반에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우금굴(禹金窟)과 더불어 옥천암(玉泉庵)을 상세하게 묘사하였다. 그런가 하면 그 왼편에는 우각봉(쇠뿔바위)으로 추정되는 바위그림이, 이어서 우금암유람기(遊禹金巖記) 기행문을 기록하고 이어지는 그림에는 문현(門懸)이라고 기록하였다. 이어서 실상사(實相寺)와 용추(龍湫)는 마치 한 폭처럼 묘사되어 있으며, 이어서 극락암이라 기록한 암자가 묘사되어 있다.

그렇다면 문현은 변산의 어디를 일컫는 지명일까? 아래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행한 『표암 강세황』 도록 358, 359, 360 면의 ‘강세황의 변산 기행 <우금암도>-이문현/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’의 자료 소개 글 중에서 문현에 관한 글을 따 올린다.

(전략)...이어지는 그림은 문현(門懸)이라고 기록한 것이다. 강세황이 고개 넘어 몇 리를 가서 비로소 평평한 길을 만났다고 하였는데 우금암에서 내려와서 실상사 쪽으로 가는 평지가 이곳이다. 여기서부터 20여 리를 더 가면 실상사가 있다. 문현은 좌우의 기이한 바위가 마치 문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으로, 조선 후기 전주 출신 문인이었던 이기경(李基敬, 1713~1787)도 문현동(門懸洞)이라고 기록하였다. 맑은 물이 흐르고 층층의 석벽에 둘러싸인 문현동을 강세황이 인간 세상이 아니라고 한 것처럼, 이기경은 1748년에 변산을 유람하고 쓴 「변산동유일록(邊山同遊日錄)」에서 변산에서 제일가는 경치라고 표현하였다. 또한 조선 후기 유명한 여행가이자 문인이었던 권섭(權燮, 1671~1759)도 「변산추기(邊山追記)」에 실상사 골짜기에 문현연(門懸淵)이 있다고 기록하였다. 현재는 부안댐이 건설되고 물이 많아져서 강세황이 갔던 옛길은 접근하기 어렵다....(하략)

▲강세황의 우금암도(禹金巖圖) 중 문현 부분

▲부안댐이 담수되기 전 풍경으로 문현으로 추정되는 곳

이쯤되면 문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. 지금의 중계다리 부근으로 부안댐이 생기기 전 청림에서 중계방면으로 백천을 따라 나 있는 길을 가다보면 기암의 바위절벽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. 사자동이나 중계로 가려면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마치 내변산을 들고나는 문(門)과도 같은 지형이어서 문현(門懸)이라 이름 한 것 같다.

강세황은 변산을 유람할 때 대부분 어깨에 메는 견여(肩輿)라는 가마를 타고 다녔다. 그 험한 우금암이나 월명암을 오를 때도 견여를 타고 올랐음을 그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. 강세황이 문현을 묘사한 그림에도 앞뒤 각각 한 사람씩 견여를 메고 그 위에 한 사람이 탄 견여 2대에 시종인 듯한 한 사람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변산에 관한 그 어떤 문헌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. 지금은 바위벽 능선을 가로질러 길이 나있지만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만해도 이 그림에서처럼 이 바위벽을 끼고 돌아 백천 삼거리에 닿을 수 있었다.

/허철희 huh@buan21.com

<부안이야기 10호>에 실린 글.